지나간 21세기의 시절들

September 19, 2003

이경해

Filed under: Uncategorized — cesia @ 12:52 am

역시나, 이성이나 양심이나 지식이나, 그런 것을 다 접어두고, 엔지니어들도 조직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젠장.

아니, 잠깐. 그러고 보면, 길드는 왜 해체되었지? 노조도, 농업단체도, 운송노조 조차도 ^^ 없던 시절부터 엔지니어들은 길드를 만들었었는데.

아마도 산업혁명의 와중에서 그렇게 된 것 같은데. 자유화에 대한 압력은 크고, 그 변화의 급속한 속도 안에서 조직을 유지할 기술적 능력은 없고. 민주주의, 라는 파워벡터보다 자본주의의 파워벡터가 컸던 시대 상황에서, 해체되어 버린 것이 아니던가?

지금은 다르다. 엔지니어들은 누구보다도 조직(organizing)에 필요한 기술에 능숙하고, 결집된 이익단체의 힘은 자본의 논리를 뒤집는 경우들이 드물지 않다. 그래, 지금이라면, 만국의 엔지니어들이 단결할 여건은 충분할지도 모른다. 하하.

4 Comments

  1. 서유럽에서 길드를 구성했던 숙련 노동자들은 오늘날 엔지니어들의 선조이기도 하고 아니기도 한 것 같습니다. 어떻게 보면, 그들은 (기술적 혁신가로서의) 엔지니어의 시조들에 대한 격렬한 반대자이기도 했지요. 18세기 후반 영국에서 방직기와 증기기관을 혁신하는데 기여했던 기술자들은 조직된 숙련 노동자들로부터 박해를 받았다고 알려져 있지요. (집을 부수고 공장을 불태우는 등의 이야기는 많습니다. 그래서 영국을 떠나 다른 나라로 이주한 사람들도 있었고.)

    Comment by jake — September 19, 2003 @ 9:53 am

  2. 한국-칠레 자유무역협정의 반대자들 중에는 죽음을 불사할 정도의 신념을 가진 분들도 있습니다. 그들은 칠레의 배후에는 미국 자본이 있으므로 그 반대는 미국의 지배력에 대한 저항이다, 라고 이해하는 것 같습니다. (저는 그런 생각을 이해하기 어렵더군요. 미국과의 협정도 아니고, 칠레와의 협정인데, 그 반대의 논거가 반미라는 것은. 하지만 그들을 움직이는 것은 어차피 논리가 아니라 정서겠지요.)

    칼 폴라니는 자유 시장의 확대에 대한 저항은 본질적으로 사회를 보존(conserve)하기 위한 운동이라고 지적했는데, 그것을 진보적이라기보다는 conservative한 움직임으로 파악했다는 점이 특이합니다. 생각해 보면 일리가 있는 말 같습니다. 반세계화 운동가들의 세계관은 비장하지만, 그 비장함은, 이를테면 한말의 면암 최익현과 같은 그런 종류의 비장함인 것 같습니다.

    Comment by jake — September 19, 2003 @ 10:17 am

  3. 전산인 조합이 한국은행 앞에 모여서 `파업권 보장하라’라고 모여서 세시아군이 할복한다면 반드시 제가 앰뷸런스에 펑크내서 열사로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

    Comment by 개멍 — September 19, 2003 @ 3:51 pm

  4. – [경영혁명, 제임스 와트에서 빌 게이츠까지], 요네쿠라 세이이치로 저, 양기호 역.

    “양말직기를 발명한 사람으로 윌리엄 리를 들 수 있다. (…) 그러나 윌리엄 리는 이 발명으로 큰 돈을 벌지 못하고 영국으로 쫓겨났다. 그것은 양말직인들의 강한 반발 때문이었다. (…) 직인들은 이 발명으로 직장을 잃을 것을 두려워하였다. 그래서 윌리엄 리에 대한 협박과 폭력에 나섰다.”

    “케이는 (…) 북이 홈통을 따라서 자동으로 활주하는 기계를 발명하였다. 이것이 자동북으로 1733년 경이다. (…) 기계의 능률이 올라갈수록 케이는 직장을 뺏는 자라는 비판도 높아져서 1753년에는 폭도가 된 군중이 케이의 집에 침입할 정도로 직접적인 행동으로 나타났다. 신변의 위협을 느낀 케이는 (…) 프랑스로 도망갔다.”

    “[제니 방적기를 발명한] 허글리 부즈를 기다리고 있었던 운명도 그때까지의 발명가와 마찬가지로 불운한 것이었다. (…) 실업이나 가격하락을 두려워한 방사공들은 그의 집에 무단침입하여 기계를 부수고는 도망갔다.”

    “카트라이트는 1785년에 최초로 역직기를 발명하였다. (…) 이번에도 실업을 두려워한 주위의 직포공들은 여러 차례나 협박을 하다가 결국에는 공장을 불태워 버렸다.”

    집에 와서 책을 찾아 보니, 기억력에 의존하여 쓰는 글이 흔히 그러하듯, 앞의 제 글도 – 시기와 기술 분야에 있어서 – 약간은 부정확한 얘기였군요. 그래도 뭐, 기본적인 줄거리는 비슷하니까…^^

    Comment by jake — September 19, 2003 @ 7:27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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